Recorder & Life Story

Corelli A La Mode - Stefan Temmingh 본문

리뷰/리코더 & 고음악 음반

Corelli A La Mode - Stefan Temmingh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0. 13. 14:34




Corelli A La Mode

Stefan Temmingh, recorder l Olga Watts, harpsichord
OEHMS CLASSICS l  OC 598


이 건방져보이는 연주가는 다소 낯설어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겐 모리스 스테거의 '베네치아 1625' 음반을 통해 살짝 선을 보였던 인물이다. 스테판 테밍크(정확한 발음인지는 모르겠다.)는 네덜란드-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연주가다. 현대음악의 대가이자 리코더 연주가인 마르쿠스 잔하우젠과 오늘날 최고의 비르투오조로 손꼽히는 미하엘 슈나이더를 사사한 테밍크는 무척이나 활달한 연주자처럼 보인다. 그의 개인음반으로는 욈즈 클래식스에서 발매된 이번 음반이 첫 만남인데, 자켓 이미지의 강렬함 때문인지(내지의 이미지는 더한다.^^) 일단은 색안경을 끼고 음악을 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웹사이트를 방문해보면 그 또한 푸근한 이미지가 가득한 사람인 것을 알게 될 것 같다. 다만 유머러스함이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조금 더 할 뿐이지... 

그의 유머감각이 가미되어서일까? 그의 리코더를 통해 들리는 코렐리는 상당히 생기발랄하고,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가 곳곳에 숨어있다. 일차적으로 그의 톤은 자신감에 넘쳐 흐르고, 일말의 주저함도 보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기존의 연주가들이 들려준 어느 정도의 정해진 틀을 통한 장식음이 아니라 전혀 생뚱맞은 형태의 장식음으로 듣는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렇다고 레드 프리스트 같은 스타일의 음악은 아니다. 바로크 양식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그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양념처럼 가미해서 음악에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또한 하프시크드의 올가 왓츠 또한 재치있는 스탑 변화로 음악에 맛을 더하고 있다. 특히, 10번 소나타의 2악장은 마치 리코더와 류트 하프시코드를 위한 작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코렐리의 작품 5번은 바이올린을 위해 쓰여진 작품이다. 하지만, 당시 영국의 출판업자인 존 월시에 의해 알토 리코더와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작품으로 출판되어 큰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7-12번은 리코더를 위해 편곡되었다고 추정되는 작품들로 오늘날의 여러 리코더 연주가들이 해당 작품들을 녹음하기도 했다. 원판불변의 법칙이랄까. 바이올린을 통한 원곡의 강렬한 이미지가 각인된 상태에서 같은 작품을 리코더로 듣는 것은 상당한 이질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좁은 음역대 때문에 불가피한 편곡으로 원곡의 느낌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테밍크는 훌륭하게도 이 점을 극복했다. 바이올린을 모방하지 않고, 이 작품을 리코더화했기 때문에 청자들은 이 작품을 원곡과의 동일선상에서 보기 보다는 별개의 작품으로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원곡에서 새소리와 같은 느낌을 관연 어느 곳에서 받을 수 있겠는가. 

어떤 음반이던지 이 작품의 절정, 백미는 바로 12번 라 폴리아다. 연주자는 이 유명한 마지막 작품에서 뭔가를 보여줘야만 한다. 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큼 폴리아라는 작품이 갖는 위상은 상당히 높다. 테밍크는 노래하듯이 시작하면서 2번째 변주부터 템포에 변화를 주면서 빠르게 전개시켰고, 중반부에서는 전혀 다른 선율로 흐름을 끌고 갔다. 중간중간 번뜩이는 테크닉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그 보다 테밍크가 주안점을 두는 것은 호흡과 아티큘레이션에 따른 다이내믹일 거라는 생각이다. 빠르게 전개되는 속주에서도 폭발적인 굉음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 그림과 세부 그림을 조목조목 짚어주는 그의 연주는 청자들에게 상세한 안내도가 될 것이고, 풍부한 호흡을 통해 들려지는 시원스런 음향은 후련함을 더할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연주자는 본인이 조합한 형태의 구성에서 최상의 연주를 들려줄 줄 안다는 것이다.  


사용악기
 


Alto Recorder in e': Ernst Meyer after Bressan
Alto Recorder in f ': Ernst Meyer after Denner
Voice Flute in d': Ernst Meyer after Bressan
Alto Recorder in g': Ernst Meyer after Bressan
Harpsichord: Markus Krebs after Grimaldi and Mietke


수록곡
 

Arcangelo Corelli Opus 5, Sonatas 7-12
 

01-05  Sonata No.11 in E major 
06-09  Sonata No.7 in G minor (originally in D minor)
10-13  Sonata No.8 in E minor
14-18  Sonata No.10 in C major (originally in F major)
19-22  Sonata No.9 in A mjor
23-33  Sonata No.12 "Follia" in G minor (orignally in D minor, based on the Veracini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