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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nnoiseries musicales 1806-1826 - 위고 레인 & 라 심포니 뒤 마레 본문

리뷰/리코더 & 고음악 음반

Viennoiseries musicales 1806-1826 - 위고 레인 & 라 심포니 뒤 마레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0. 16. 13:22



Viennoiseries musicales 1806-1826

Hugo Reyne, flûtes (csakan)  l  La Simphonie du Marais
Musiques à la Chabotterie


위고 레인의 이번 신보는 리코더에 대한 그의 깊은 통찰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기로 리코더는 바로크시대를 넘어서면서 작은 음량과 화려하지 못한 음색 등 악기의 한계 때문에 점차 사라진 것으로 보는데, 위고 레인은 여기에 의문점을 갖고 파헤치면서 리코더라는 악기가 차칸이라는 악기로 형태가 바뀌면서 20세기 초까지 존재했었다는 각종 문헌들을 발견해냈다. 그는 특히 19세기 초 1806-1826년 사이의 음악들을 중심으로 이 차칸이라는 악기를 위해 쓰여진 작품들을 수집했고, 자신의 앙상블과 함께 당대의 모습을 재현해냈다.

차칸(Csakan)이라는 악기는 외형상 리코더와 매우 흡사하다. 일반적인 리코더를 지팡이 형태로 만들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지팡이 상단, 즉 손을 짚는 부분에는 마우스 피스가 있고, 때문에 일반적인 리코더의 벨홀이 차칸에서는 아래가 아닌 전면에 뚫려 있다. 외형적인 형태 때문에 당시에 수 많은 귀족들이나 음악가들은 이 악기를 지팡이처럼 휴대하면서 동시에 악기로도 연주했던 것으로 본다. 이 악기가 비엔나에서 활약한 시점은 대략 1806년 경으로 추측한다. 헝가리에서 제작된 모델이 비엔나로 들어오면서 안톤 헤베를레를 비롯한 여러 작곡가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 악기를 위한 작품이 쓰여졌다. 차칸을 발명(혹은 개발)한 헤베를레야 말로 차칸이 비엔나에서 유행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당시 쓰여졌던 작품들을 보면 무반주 작품이나 소규모 앙상블 정도였다. 협주곡이라고 해도 오케스트라 자체가 10인 이내로 무척이나 단촐한 형태였다. 차칸 또한 리코더와 마찬가지의 '단점'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이 차칸을 리코더의 일종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그 형태가 리코더와 무척 흡사하고, 발성되는 내부 구조 또한 리코더와 같기 때문이다. 한스 마틴 린데의 경우 그의 저서에서 이 차칸을 리코더의 분류 안에 넣기도 했다.

이번 음반에 실린 19세기 초의 작품들은 마치 모차르트의 음악처럼 생각될 정도로 무척이나 그의 음악과 닮아 있다. 그 만큼 모차르트라는 인물의 영향력이 당시 비엔나 곳곳에 미치고 있었던 것 같다. 헤베를레의 작품 중에서 협주곡은 이미 십여년 전에 미칼라 페트리를 통해 음반으로 접할 수 있었다. 필립스에서 녹음된 당시 페트리의 연주는 중편성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척 날렵하고, 빠른 속도감으로 말끔한 인상을 주었던 반면, 레인의 연주는 소편성의 앙상블과 약간은 여유있는 전개를 보여주면서 오히려 더 사실적은 묘사를 들려준다. 또한 이 음반에서는 하프시코드가 아닌 포르테 피아노가 등장한다. 이미 하프시코드의 생명력도 다했던 당시 리코더는 이 악기와 함께 차칸이라는 이름으로 수명을 연장시켰던 것이다. 헤베를레의 작품 뿐만 아니라 수록된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은 바로 여백이다. 공존하면서도 차칸이라는 악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다른 악기들의 여백, 그 여백을 통해 음악 자체는 소박함을 유지하고 차칸의 음색을 최대한 살려내고 있다. 현이나 건반의 전개는 함께 공존하면서도 상당히 차칸이라는 악기를 배려하는 듯한 모습이다. 목소리를 내다가도 차칸을 위해 어느 순간 뒤로 빠져 버린다. 결국 리코더와 비슷한 이런 상황은 차칸 또한 20세기 초를 넘어서까지 존재하지 못하게 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차칸 또한 초기의 지팡이 형태에서 이후 계속적인 변화를 보였다. 부가적인 키(Key)가 늘어나게 되었고, 지팡이 형태를 탈피 하면서 리코더에 갖가지 키를 부착한 것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 리코더 제작가인 코블리첵이 복원한 모델을 보면 아래 벨홀을 막는 추가 키 또한 당시 차칸에 부착되었던 것을 볼 수 있다.

이 음반을 차칸이라는 악기에 대한 신기함 정도로만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너무 아쉬울 것 같다. 리코더에 관해 지극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 18세기 말, 그리고 19세기 초부터 말까지 그 존재감을 '과시'했던 리코더의 모습을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안목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더불어 이 악기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또한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좋겠다. 위고 레인의 이번 음반이 사실 차칸을 다룬 첫 음반은 아니다. 이미 수년전에 헬무트 샬러 또한 이 악기에 관심을 가졌고, 녹음 또한 남겼다. 물론, 유통의 부재 때문인지 아쉽게도 많은 이들에게 소개되진 못했지만... 레인이 밝힌 것처럼 아직 이 악기의 레퍼토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다. 또 다른 이들을 통해 이 악기가 소개되는 것도 기대해봐도 좋겠다.
    
  

연주자

Hugo Reyne
, flûtes (csakan)

La Simphonie du Marais
- Philippe Couvert
, violon 1

- Franck Pichon, violon 2
- Serge Raban, alto
- Dominique Dujardin, violoncelle
- Marcia Hadjimarkos, pianoforte


수록곡

Anton Heberle

01  Sonate brillante (1810) (csakan solo)
02  Adagio Andante con variazioni (1807) (csakan et quatuor à cordes)

03  Sonate brillante (1810) (csakan solo) - Rondo presto
04-06  Concertino (1807) (csakan et trio à cordes) 
07  Sonate brillante - A la menuetto

Josef Gebauer
08-10  Sonate op. 17 (1812) (csakan et pianoforte)

Karl Scholl
11-14  Quartetto (c.1813) (csakan et trio à cordes)

Wilhem Klingenbruner
15  12 walzer op. 47 (c. 1817) (csakan et quatuor à cordes)

Ernest Krähmer
16-17  2e Concert Polonaise, opus 13 (1826) (csakan et quatuor à cordes)

Anton Csermák

18  Romance hongroise n°4 (1804) (csakan et pianofo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