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er & Life Story

Vivaldi: Le Quattro Stagioni - Marion Verbruggen & FRQ 본문

리뷰/리코더 & 고음악 음반

Vivaldi: Le Quattro Stagioni - Marion Verbruggen & FRQ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0. 13. 14:19




올 해(2008년)로 20주년을 맞는 플란더스 리코더 사중주단(이하 FRQ)은 오늘날 암스테르담 뢰키 스타더스트 사중주단과 더불어 최고의 리코더 앙상블로 불린다. 바로 이들의 이름을 10여년 전 한국의 매니아들에게 각인시킨 음반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이 비발디의 사계다. 1994년 녹음인 이 음반은 그 이후에 쏟아져 나온 여러 비발디 사계의 리코더 음반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현악파트에 대한 의존도 없이 순수 리코더 앙상블만으로 전곡을 연주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리코더 사중주가 기존의 현악파트를 담당하고, 한 대의 리코더가 솔로 바이올린의 역할을 담당하는 편곡은 앙상블 멤버인 요리스 반 괴템의 작품이다.

사실 리코더만으로 오리지널을 살린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현악기의 다이나믹과 날카로운 강렬한 보잉을 리코더로 표현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이상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은 욕심이다. 악기의 우열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악기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많지는 않지만 여러 리코더로 연주된 비발디의 사계가 별 흥미없게 느껴지는 이유도 리코더 솔로가 바이올린 솔로를 모방하려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칼라 페트리의 경우, 두 번의 사계 녹음을 가졌는데 그녀는 두 개 음반 모두에서 정말 대단한 테크닉을 보여준다. 빠르면서도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정확한 텅깅은 리코더의 가능성을 한껏 높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녀의 연주를 통해 뭘 얻는가? "대단하다..어떻게 저렇게?" 등등의 생각은 가질지언정 사계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을 갖게 되는가?

요즘에는 오리지널과 편곡이 공존하는 시대다. 어떤게 오르지널인지도 모를 만큼..한 작품이 여러 악기로 편곡되어 연주되고, 또 연주된다. 개인적으론 편곡을 거친 작품들이 오리지널과는 다른 악기를 위해 편곡되었다면, 적어도 새로운 악기의 특성에 맞게 편곡되고 연주되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다른 악기로 연주했다 뿐이지 뭐 별다른게 있을까. 그런 면에서 FRQ는 리코더의 특성에 맞게 편곡한 것은 물론이고, 리코더의 특성을 살린 연주를 들려준다. 리코더의 장점인 리코더만으로도 합주가 가능한 다양한 파트의 존재는 편곡자에게 많은 영감을 부여했을 것이다. 전체 총 12개의 악장에서 독주 파트를 포함한 다섯 명의 리코더 주자들은 8파트의 악기들을 다양하게 섞어가며 사용한다.

리코더 독주는 프란스 브뤼헨의 제자인 마리온 페어브뤼헨이 맡았다. 그녀의 연주는 이미 국내팬들에게 <헨델 리코더 소나타>나 다양한 작품들을 담은 <리코더의 예술>, 그리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녹음에서 이미 인정받은 바다. 비루투오조의 강렬함은 FRQ와의 녹음에서도 그 빛을 발한다. 그녀의 연주는 단순히 테크닉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한 차원 높은 무언가다. 빠른 악장에서는 속도감을 더해 가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들고, 느린 악장에서의 우울한 서정성은 원작을 능가할 것 같은 감흥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이것은 FRQ와의 호흡이 잘 맞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고, 이들의 절묘한 조화는 그녀와 FRQ와의 녹음을 몇 차례 더 가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은 정말이지 정교한 앙상블의 연주로 비발디 사계를 원작보다 다이나믹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목가적인 리코더의 음향을 만드는데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요즘에는 예전의 자켓을 버리고 멋없고 촌스런 자켓으로 탈바꿈하면서 가격도 낮췄다는 사실이다. 아쉬운 마음에 아래에 오리지널 자켓을 소개한다.


연주자 

Marion Verbruggen, recorder solo
Flanders Recorder Quartet 
- Bart Spanhove, Joris van Goethem, Paul van Loey, Geert van Gele


사용악기

Sopranino in F by F.von Heune (Boston, 1972) after Denner
Sopranino in F by F.von Heune (Boston, 1993) after Denner
Soprano in C by F.Morgan (Daylesford, 1978) after Terton
Soprano in C by H.Schimmel (Amsterdam, 1986) after Terton
Alto in F by F.Morgan (Daylesford, 1986) after Denner
Alto in F by F.Morgan (Daylesford, 1992) after Stanesby, Jr.
Alto in F by P.van der Poel (Utrecht, 1993) after Stanesby, Jr.
Alto in F by h.Schimmel (Amsterdam, 1985) after Stanesby, Jr.
Alto in F by P.van der Poel (Bunnik, 1994) after Denner
Voice flute in D by F.Morgan (Daylesford, 1986) after Denner
Tenor in C by F.von Huene (Boston, 1993)
Tenor in C by A.Breukink (Enschede, 1987) after Denner
Tenor in C by P.van der Poel (Utrecht, 1990) after Bressan
Basset in F by G.Klemisch (Zwolle, 1979) after Denner
Bass in C by F.von Huene (Boston, 1992)
Contrabass in F by H.Roessler (Heide, 1992)


수록곡

Antonio Vivaldi (1678-1741)
Le Quattro Stagioni

01  La primavera, Op.8, No.1, RV 269
02  L'estate, Op.8, No.2, RV 315
03  L'autunno, Op.8, No.3, RV 293
04  L'inverno, Op.8, No.4, RV 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