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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일상

파슈의 그리스도 수난곡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0. 13. 11:50


오늘 지인의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지인의 아버님의...

지병이 있으셨던 것도 아니고,
어떤 다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
갑작스럽게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 한다.
보통 이런 경우 편안히 돌아가셨다고 호상이라고 한다지만
유가족들에겐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나.

장례식장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장소에 도착해서 들어서면서 가족들의 아픔이 느껴졌다.
이런 순간, 늘 난 아픈 사람들을 잘 위로하지 못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머뭇거릴 뿐..

돌아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모든 인간은 죽음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
나도, 내 가족도, 어느 누구도...

이런 생각 끝에는 결국 모든 문제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초점이 모아진다.
내 삶의 무게가 무척이나 가벼워짐을 느낀다.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한가..다시금 깨닫는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대의(大意)'다.
사소한 것에 목숨걸고 잊고 사는 중요한 것.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결국은 잊고 사는 것을 떠올린다.

돌아오는 길에 들은 파슈의 수난곡.
그의 수난곡을 들으면서 왜 수난곡이 어둡지 않을까 했는데,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 작품이 폐부 깊숙히 스며 들어온다.
아픔을 동반한 채로...


2009.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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