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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1. 1. 22. 14:49



이틀 전 늦은 밤 귀가를 했다.
아이가 자고 있을 것 같아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방 안에 있던 아내가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
무슨 큰 일이 났나 놀라서 아내에게 물어봤더니 보고 있던 모니터를 보라고 한다.
읽어 보니...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어떤 분의 이야기였다.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이가 둘, 가슴으로 낳은 아이가 둘인 분의 이야기..
그 분의 이야기는 늘 아내로부터 들어왔고, 아내는 그 분을 상당히 존경하며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나 또한 간접적으로 접한 그 분을 존경하는 마음이 한 켠에는 있었다.

글의 내용은 그러니까 셋 째 아이가 일곱 살이 되면서 엄마는 아이에게 자신이 입양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에 대해
미루고 미루면서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아이가 어떻게 알았는지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 일로 인해 일곱 살짜리 딸 아이도 슬픔에 빠졌고, 엄마 또한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직접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었지만, 가슴으로 낳은 이 딸아이는 정말 자신에게 값진 자식인데
그 아이가 겪을 고통을 생각하자니 가슴이 미어지고, 아이 못지 않게 가슴이 아팠던 것이다.
그 사연을 읽고 있던 아내는 한 동안 계속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입양에 대해서 진지하게 얘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필요하지만 자신이 없다고...내 첫 아이 또한 자신있게 잘 키웠다 할 수 없는데
입양해 온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하면 그 아이에게 너무도 미안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건 변명일뿐, 마음 속에는 그에 따른 두려움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아내의 말처럼 한 해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수도 없이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렇게 나서는 부모들은 현저하게 적은 상황 속에서 나 같은 생각은 구차한 변명일 것이다.
마음 속으로, 머릿 속으로는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모습...
그래도 한 생명을 감당한다는 것은 솔직히 두렵다.
이 두려움을 극복한 이들이야말로 이 사회를 더 밝게 만든 이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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