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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2. 28. 11:55

어제 또 한 번의 연주회를 마쳤다.
리코더의 꿈...벌써 10년이 넘은 동호회에서 최소 해마다 1회 이상의 오프모임 연주회를 했으니
그 동안 적지 않은 연주회에 참여한 셈이다.
물론, 그간 잠시 쉬는 시간도 있었지만..

동호회 연주회는 매번 하면서도 참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참여하는 사람들도 종종 자리를 달리한다.
멀리 외국으로 가거나, 결혼하거나..아이를 가지는 등등, 또는 직장의 이동으로
여러 사람이 왔다가 떠나고, 또 다른 사람들이 찾아와 함께 자리한다.

어제 길지 않은 연주회 후에 오랜만에 만난 후배 부부와 함께 저녁을 함께 했다.
연주회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여러가지를 나누었다.
사실 늘 마음에 걸리던 부분은 '음정'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그 얘기도 언급되었다.
가장 기본적인 이 음정을 맞추는 것이 왜 이다지도 힘든지...
나 또한 듣는 귀가 부족하고, 때문에 전체를 통일된 음정으로 맞추기가 무척 어려웠다.
연주회 전에 조율을 시도하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고...

이 음정에 상당히 예민해진건 기존의 연주회들을 참석하면서 음정의 불일치를 많이 겪어왔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뿐만 아니라 종종 프로라고 하는 이들의 연주회에서도 거슬리는 느낌을 종종 받아왔다.
리코더의 경우 다른 악기에 비해 음정을 정확히 맞추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악기이기 때문에
그 인원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정확한 음정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연주회를 준비하면서나 연주를 하면서 이 음정부분은 개인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이었다.

연주회를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드는 생각은 이번 연주회를 어디에 초점을 맞추었느냐는 것이다.
최소한 어떤 목표점은 갖고 있었어야 했는데, 그게 없었다.
음정이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아니라 14명의 사람들이 동행하면서 우리 여행가자! 해놓고는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걷기만 한 거다.
결국 어디로 갔을까? 동네 한 바퀴 돌고 왔다.
발길 닿는 대로 떠났다가 어느 순간 제자리로 와버렸다.

관객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음악적 완성도에 귀기울인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눈여겨 보면서 저들이 어떻게 호흡하는가 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이 아는 지인들이기에 친근한 눈빛으로 바라봤겠지만,
그들을 연주하는 자리에 부른 이상 무언가 그들에게 안겨줄 의무는 있었다.
아마추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진 않는거다.

지금 돌아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우리가 스스로 부르는 노래들을 즐기지 못했다는 것.
서로 눈빛을 교환하면서 소통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는 것.
괜한 욕심으로 두 마리 토끼는 커녕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적어도 음악적으로는 부족하더라도 '노다메 칸타빌레'에 나오는 이들처럼 유쾌하게 연주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뭐...늘상 끝나면 남는게 아쉬움이라지만, 이번엔 그런 마음이 더 컸고 같이 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함도 컸다.

요즘 듣게 된 자장가 시리즈가 있다.
카루스 레이블에서 발매된 것인데, 독일권의 최고 성악가들이 무보수로 참여한 프로젝트 음반이다.
음반수익금은 자선사업에 쓰인다고 한다.
자장가라는게 얼마나 단순한 선율을 갖고 있고, 반주가 화려해봤자 얼마나 화려하겠나.
그런데, 이 음악들이 주는 감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들리는 소박한 자장가는 가슴 속 깊이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바로 이거다!! 하는 느낌이 왔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요즘처럼 복잡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어린시절 부모님이 불러주시던 자장가를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들려 주자는 것이다.
그런 목표 아래 최고의 가수들이 모였고, 최고의 가수들은 정말이지 화려한 기량으로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의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듯이 포장되지 않은 음색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들에겐 금전적인 대가도 없었으니 그 참여 자체 또한 순수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 효과는 대단했다. 세간의 호평으로 2집까지 발매되었다.

우리가 어딘가로 향하고자 할 때는 그 지점을 정하는 건 물론이고, 함께 하는 이들이 모두 알아야 한다.
목표점도 얘기하지 않고 무작정 가는 길은 위험천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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