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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일상

앙상블 II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0. 15. 10:17

요즘 11월에 있을 연주 준비로 리코더를 예전보다 더 잡고 있다. 아마추어지만, 그 열정과 관심만큼은 프로 못지 않은 팀과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많은 곡을 같이 하는 것도 아닌데 참 쉽지가 않다. 그 중에서도 텔레만 콰르텟은 현과 리코더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특히 밸런스가 깨지면 이도저도 아닌 곡이 될 것 같은 곡인데, 그 때문에 요즘 참 애먹고 있다. 혼자 아무리 개인연습을 많이 해도 같이 맞춰 볼 때 생기는 어긋남을 맛보면, 약간의 좌절(?)과 난관에 부딪힌다. 게다가 테크닉적인 부분까지 속을 썩여서 곡의 흐름까지 방해받으면 정말 대책이 없다.

어제 문제의 곡을 연습하다가 나는 잠시 쉬면서 앙상블의 다른 곡 연습을 유심히 들어봤다. 알비노니의 작품인데, 빠른 악장에서는 간간이 안 맞는 부분도 있었지만 느린 악장의 절묘한 조화와 셈여림은 일품이었다. 오랜 세월을 같이 연주해 온 탓일까. 그들의 연주에는 서로를 잘 안다는 느낌이 배어 있었다. 그래서 언제 누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것 같은... 하지만, 빠른 악장에서는 약간의 혼란? 뭐 그런 느낌이 조금 들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톱니바퀴가 착착 들어맞지 못하는 것 같은 엉성함. 이유가 뭘까? 사실 내가 같이 연습했을 때의 텔레만은 더 심했다. 문제는 나 때문이었고... 대략 추측하건데, 자신의 파트는 물론이고, 다른 파트 또한 완전히 알지 못해서 곡을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 3자의 입장에서 곡을 들으면, 전체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언제 어떤 세기의 보잉을 해야 하는지도 예측할 수 있지만 내 자신이 그 안에 들어가 있을 때 그 모든 흐름을 장악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 리코더 연주자인 미하엘 슈나이더가 내한했을 때, 마스터 클래스를 받았던 적이 생각난다. 당시 헨델의 A 단조 소나타를 레슨받았는데, 1시간 동안 1악장도 모두 끝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슈나이더가 제시했던 것 중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건 바소 콘티누오, 즉 통주저음의 흐름에 관한 것이었다. 리코더 파트를 보면서 그 멜로디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콘티누오의 진행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 당시 이후로 연습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트리오나 콰르텟이 아니라 독주에서조차 다른 악기와의 조화가 중요한 것이다. 아...그런데, 이게 왜 이다지도 힘든가..!! ^^

결국 요지는 나를 알고, 너를 알아야 한다는 것. 눈에는 파트보만 보더라도 전체 총보를 눈에 그리면서 연주해야 이 모든 게 가능할 것 같다. 일단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먼저 나를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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