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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a dolce ombra - The Royal Wind Music 본문

리뷰/리코더 & 고음악 음반

Alla dolce ombra - The Royal Wind Music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0. 13. 13:02



2002년에 발매된 '로얄 윈드 뮤직(이하 RWM)'의 본 음반은 1,2년 전 즈음에 국내에 소개된 듯 하다. 신생 단체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이미 1997년에 창단한 10년이 넘은 전문 연주단체다. 르네상스 콘소트 음악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RMW의 음악감독이자 스승이 바로 암스테르담 루키(뢰키) 스타더스트 쿼텟의 폴 린하우츠다. 이쯤 되면 짐작하겠지만, 이들은 린 하우츠의 제자들로 구성된 앙상블이다. 흔히들 만날 수 있는 리코더 앙상블은 3, 또는 4~6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RWM은 리코더 콘소트 치고는 상당히 큰 편성이다. 전체 인원 14명의 작은 오케스트라급의 르네상스 콘소트로 보면 맞을 것이다. 물론, 오늘날 리코더 오케스트라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긴 하지만, 사실 전문 연주단체라고 보긴 어렵고, 연주하는 레퍼토리도 지나칠 정도로 광범위하다. 하지만, 이들은 철저하게 르네상스 콘소트 음악을 고집한다.


그렇다면, 이 음반은 어떨까? 이들의 데뷔작인 'Alla dolce ombra'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르네상스 작품들을 다룬다. 이 음반을 소개하는 글에서 폴 린하우츠는 실베스트로 가나시의 글을 인용한다.

"당신은 모든 악기가 인간의 음성과 비교해서 낮게 평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배우고 모방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단지 화가가 다양한 색을 사용해서 자연을 모방하는 것처럼, 악기는 다양한 호흡의 세기와 적절한 핑거링을 통해서 음색에 변화를 줌으로써 인간의 음성을 모방할 수 있다."
(Sylvestro Ganassi: Opera Intitulata Fontegara, Venice 1535)

이것은 즉 이들이 리코더 콘소트를 통해 가나시의 말처럼 인간의 음성을 모방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르네상스에서 바로크시대로 바뀌면서 악기의 형태와 쓰임새는 많이 바뀌었다. 바로크 시대는 그야말로 리코더가 솔로 악기로 극부상한 시대이지만, 르네상스 시대는 이제 막 성악파트와의 혼합, 또는 보조 수단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자체적인 콘소트 음악이 자리잡아 나간 시대다. 그 만큼,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에선 브로큰 콘소트(Broken Consort)가 아닌 같은 족의 악기들로만 구성된 훌콘소트(Whole Consort)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시대였다. 다시한번 가나시의 말을 빌자면, 당시에는 성악 앙상블의 음악을 리코더만으로 갖춰진 앙상블로 모방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결국 RWM의 지향점은 리코더라는 악기의 조합으로 성악 앙상블의 음색을 구현해내자는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14명의 콘소트 주자들 덕분에 감상자는 더 풍성한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파트당 2명 정도의 복수로 구성되어서 일반적으로 들어왔던 간결한 질감과는 차이가 있지만, 늘어난 인원은 더 풍부한 음색을 들려준다. 또한 르네상스 하프와 류트, 그리고 잘터리 등의 당시의 악기들과의 앙상블은 한층 더 다양한 음향을 맛보게 해준다. 사실 이들의 연주는 대부분 궁정 작곡가들의 작품들이다. 때문에 중세 세속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 보다는 틀에 잡힌 형식미가 느껴진다. RWM은 이 음악들을 화려함 보다는 앙상블의 구조미에 더 신경을 써서 연주한 것 같다. 또한, 이들에겐 스승 폴 린하우츠라는 지휘자가 존재하고 그로 인해 더 탄탄한 앙상블을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들의 오케스트레이션(?)은 초반의 샤인의 춤곡 형식의 모음곡에서는 사뿐한 율동감을, 슈멜처의 일곱대의 리코더를 위한 소나타에서는 초기 바로크의 역동적인 선율과 화려한 색채감을 보여준다. 또한, 어느 곡에서든 과시적인 느낌 보다는 철저한 팀웍에 바탕을 둔 중용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이들이 젊은 연주자들이라는 생각을 종종 잊어버리게 만든다.


수록곡

01  J.H. Schein : Suite X: Paduan
02  J.H. Schein : Suite X: Galliard
03  J.H. Schein : Suite X: Courente
04  J.H. Schein : Suite X: Allemande & Tripla
05  G. Mainerio : Ballo Milanese
06  G.A. Terzi : Ballo Polacco
07  A. Gardane : Galiarda Veneziana
08  J.H. Schmelzer : Sonata a 7 Flauti
09  O. di Lasso : Tristis est anima mea
10  C. de Rore : Justus es Domine
11  G.P. Palestrina Viri Galilaei
12  M. de Barberiis : Maonna qual cetezza
13  G. Cavazzoni : Canzon sopra Falte d'Argens
14  L. Marenzio : Occhi lucenti e belli
15  A. Bertali : Sonatella
16  L. Senfl : Das G'laut zu Speyer
17  Anonimo : Mein Vleis und Mue
18  H. Newsiedler : Mein Fleiss und Muehe
19  M. Newsiedler : Mein Fleiss un Mueh
20  L. Senfl : Mein Fleiss und Mueh'
21  H.L. Hassler : Ach Weh des Leiden
22  W. Brade : Galliard
23  J. Praetorius : A Solis Ortus Card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