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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모 : 다르다뉘스, 영광의 성전 -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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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모 : 다르다뉘스, 영광의 성전 -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2. 6. 30. 13:58

 

 

 

 

Rameau : Dardanus · Le Temple de La Gloire

 

Tafelmusik Baroque Orchestra   l   Jeanne Lamon (violin & director)

Tafelmusik   l   TMK1012CD

 

 

프랑스 바로크음악은 태양왕 루이 14세의 통치하에 있을 때 그 전성기를 누렸고, 당시 음악적으로 절대 권력을 누렸던 이는 장 밥티스트 륄리였다. 당시 륄리뿐만 아니라 마레나, 캉프라 등의 활약도 뛰어났지만, 륄리의 인기와 영향력이 월등하다 보니 다른 음악가들은 륄리의 그늘 아래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장 필립 라모라는 음악가의 등장은 혁신 중의 혁신이었다. 음악가로서는 뒤늦게 데뷔한 편인 라모는 그의 생애 전반에는 이론가로 활약했고, 그의 나이 50세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최초의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를 통해 음악가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Jean-Philippe Rameau (1683-1764)

 

 

어떤 장르보다도 라모는 오페라에 큰 재능이 있었다. 그의 오페라들은 륄리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작곡가의 개성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가 이론가로서 활약할 당시 집필했던 ‘화성론’과도 무관하진 않을 것 같다. 라모는 누구보다도 화성에 기반을 둔 선율을 지향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다보니 그의 작품들은 다른 이들의 작품에 비해 풍부한 화성 진행으로 가득하다. 이런 작법은 음악에 다채로운 색채감과 활기를 불어 넣는 역할을 했다. 당시 세간에서는 륄리를 지지하는 이들과 라모를 지지하는 이들이 나뉘어져 대립구도를 보이기도 했는데, 당시로선 파격적인 라모의 작품이 전통을 고수하는 이들에게는 수용하기 어려웠던 존재였다. 하지만, 정작 라모 본인은 륄리를 향한 존경심을 늘 마음에 품고 있었고, 그 사실을 외부에 언급하기도 했었다.

 

최근 캐나다의 시대악기 연주단체인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이하 타펠무지크)가 요즈음의 추세에 따라 자신들을 위한 동명의 레이블을 만들었고, 과거 타 레이블에서 발매했던 음원들과 새로운 작업한 녹음들을 이 레이블을 통해 발매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이번에 소개할 음반은 2003년 CBC에서 녹음했던 음원을 재발매한 음반이다. 타펠무지크는 라모의 오페라 ‘다르다뉘스’와 오페라 발레 ‘영광의 성전’을 모음곡의 형태로 연주했다. 서곡과 리고동, 미뉴에트, 가보트 등의 춤곡으로 구성된 두 개의 모음곡에서도 앞서 언급한 라모의 화성에 기반을 둔 작법을 만나볼 수 있다.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생동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미묘한 화성의 변화는 라모라는 음악가의 유연한 사고를 경험하게 해 줄 것이다.

 

 

Tafelmusik Baroque Orchestra

 

 

비극적 음악, 실제로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다르다뉘스’는 그리스 신화의 다르다뉘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 적군의 딸 이피스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룬다는 줄거리 덕분에 곡의 성격은 어둡지만은 않다. 중간의 갈등구조를 제외하고는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로 가득한 모음곡에서 잔느 라몽은 상당히 정교하게 오케스트라를 컨트롤하고, 다이내믹과 아티큘레이션에 변화를 주면서 작품의 색채감을 부각시켰다. 또한, 라모 특유의 극적 반전의 대목에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발 빠르게 대처하는 순발력도 뛰어나고, 관악파트를 둘러싸는 현악파트의 적절한 긴장과 이완도 탁월하다. 악기의 질감은 다소 부족한 편이지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오케스트라의 안정감은 확실한 플러스 요인일 것이다.

 

오페라에 발레를 접목시킨 오페라 발레는 루이 16세 당시 륄리에 의해 시작된 장르다. ‘영광의 성전’은 볼테르의 작품에 라모가 음악을 입힌 곡으로, 라모가 볼테르와 협력한 여러 작품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1745년 퐁트누아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쓰인 만큼 이 작품은 웅장하고 장엄한 분위기로 충만하다. 악기의 구성도 현악과 관악 외에 금관의 비중을 높이면서 이런 뉘앙스를 강조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타펠무지크는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침 없이 악기 간의 조화를 이루면서 뛰어난 균형감각을 과시한다. 규모 있는 편성에서도 통일된 아티큘레이션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정교함은 오케스트라에 대한 믿음을 더해주는 대목이다.

 

결국 이 음반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륄리로부터 시작된 프랑스 음악의 양식들을 라모가 정립시키고 확장시키면서 륄리의 진정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라모의 역할이 아니었다면 이후의 발전적인 프랑스 음악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박광준 (goldedge@recordermusic.net)

AppZine Classic 2012년 6월 10호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