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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도서

[도서리뷰]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오디오 도락 입문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2. 2. 16. 11:43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오디오 도락 입문

이시하라 슌 지음 / 신동수 옮김
SRMUSIC / 2008 / 255 페이지
  
:: 목차 ::

제1장 말러 - 오디오 도락의 시작은 포기하는 것에 있다
제2장 베르디 - 오디오 시스템을 둘 장소는 반드시 찾을 수 있다
제3장 비발디 - 하이엔드'적'인 스피커를 찾아라
제4장 바흐 - 헤드폰이면 오늘부터 당신도 하이엔더
제5장 바그너 - 고전적인 스피커를 맛보자
제6장 모차르트 - 진면목 사운드는 천재 사운드와 통한다
제7장 베토벤 - 음악은 파워다!
제8장 브람스 - 앰프의 왕도는 온고지신에 있다
제9장 R. 슈트라우스 - 낭만파 마지막 거장과 요즘의 디스크 플레이어 사정
제10장 브루크너 - 오디오에는 꿈이 있어야 한다
맺음말 - 오디오는 역시 '도락' 이다



'오디오'라는 존재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꿈'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아마도 그 이유는 오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나오는 소리를 방 한 가득 채우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연장의 실황의 감동을 오디오 기기에서 맛보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오에 열정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수 많은 음반을 수집하는 애호가들은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이 책의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그런 목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공연장의 음향을 오디오를 통해 100% 재현할 생각은 애초에 갖고 있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런 결과물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디오를 통한 음악감상에 매진하는 사람들은 그와는 다른 매체를 통해 또 다른 감동을 기대한다. 다시 말해 이건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식의 음악감상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한 반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회성으로 끝나는 실황의 감동은 가슴 속에 담고 있는 것으로 후일에는 만족해야 하지만, 이런 재생매체를 통한 감상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 이 때문에 여기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도 싶다. 물론, 이것은 실황의 감동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이 실황의 감동을 무엇보다도 가장 높은 가치에 두고 있다.

이시하라 슌은 일본의 저명한 오디오 및 음반 컬럼니스트다. '오디오 도락 입문' 이라는 제목처럼 그는 이런 행위를 하나의 '도락' 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진정한 도락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초반부터 중반, 후반에 이르기까지 귀가 아프게 말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쉽게 말해 오디오 폐인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오디오 하나에 목숨을 걸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다른 소중한 것에 소홀해지고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독자들이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자신의 시행착오를 크게 후회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하나의 훈장처럼 여기고 있지는 않나 하는 추측까지 하게 한다. 아마도 이성과 감성의 차이에 따른 저술이 아닐까?   

저자는 다른 오디오 관련 서적과는 달리 클래식 음악과 그 음악에 어울리는 오디오 기기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따라서 이 책은 대중음악 애호가들 보다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 중에서 오디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자가 작곡가별로 대표적인 작품과 그 작품의 대표적인 음반을 소개하면서 거기에 걸맞는 오디오를 엮는 방식은 무척이나 신선하고 참신하다. 각각의 작품들의 명반은 분명 애호가들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저자의 시각은 꽤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추상적인 설명이 아닌 작품의 세부적인 내용까지도 꿰고 있는 자세한 설명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바흐부터 부르크너에 이르는 작곡가들의 작품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큰 이득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취향에 맞게 이 책을 통해서 오디오 선택도 참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각각의 오디오 중에서도 특히 스피커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 분야에 관련된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저자 또한 오디오를 결정할 때 스피커를 먼저 선택하라고 권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각각의 장에서 소개되는 스피커의 비중은 앰프나 CDP에 비해 압도적이다. 여기서 독자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시스템을 골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음악감상을 위해서는 오디오 뿐만 아니라 공간도 그에 못지 않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자신에게 맞는 선택이 우선적이라 본다. 개인적이로는 안타깝게도 저자가 소개하는 오디오 시스템 중에서 한 가지도 선택할 수 없었다. 아니 위시리스트에 넣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저자가 말하는 아주 저렴한 시스템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수 백은 들여야 하는데, 내 재정적인 상황을 비춰봤을 때 대답은 "No!" 였다. 물론, 이 분야에 우선가치를 두면서 목돈을 마련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난 그 만큼 투자하고 싶은 욕심은 없었던 거다. 다시말해 그만한 투자는 내게 '도락'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은 오디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은 선사해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개인적인 기준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