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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일상

비상벨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1. 23. 14:02


몇 일 전 아내와 아이와 함께 홈***에 가서 장을 보고 있었다. 필요한 것들을 고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따르르릉~~~!" 하는 비상벨이 울리면서 안내방송이 나오는 거다. 질서를 지키면서 속히 건물 밖으로 이동하라는 멘트. 순식간에 마트 안은 아수라장 직전이 되었다. 다들 부리나케 무빙카트 위로 달려 나가고, 우리도 카트를 버려둔 채 급하게 지상으로 올랐다. 정말이지 위급한 상황속에서는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모두가 자기 가족들의 안위만을 챙기며 급하게 밀치고 나가는 모습들...이래서 이런 상황에서 사상자가 더 많이 발생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점원 중 한 분이 하시는 말씀이 "아유~~ 또 이러네?" 하는 거다. 그 분 말씀을 미뤄봐서는 오작동인 것 같다는 얘긴데...그래서인지 점원들은 의외로 침착하고, 이동하지도 않았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오른 순간 안내방송이 나왔다. 기계 오작동이었다는...윽...!!! 우린 카트까지 버려둔 채 올라왔는데...이런 상황은 우리 뿐만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터지는 불만섞인 목소리들. 일부는 기분 나빠서 그냥 나가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쨌든 우린 다시 장을 보러 내려갔고,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

아까 점원분의 말로 봐서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얘긴데...만약, 정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서 비상벨이 울릴 경우 어떻게 될까? 우리처럼 어쩌다 오는 고객들이야 대피하겠지만, 매장 점원들은 또 오작동이라고 생각하면서 안심하고 자리를 지키게 되진 않을까? 약간 염려되는 부분이다. 이 상황에서 오작동되는 비상벨은 양치기 소년이 되기에 충분하다. 나중엔 아무리 늑대가 온다고 크게 외치더라도 양들은 가만히 있지 않겠나? 이런 건 우리 내면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 늘 깨어있지 못한다면,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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