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er & Life Story

파슈: 트리오 & 소나타 - 에포카 바로카 본문

리뷰/리코더 & 고음악 음반

파슈: 트리오 & 소나타 - 에포카 바로카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2. 1. 10:28



Johann Friedrich Fasch - Trios & Sonatas

Epoca Barocca
CPO  l  CPO 777 204-2


요한 프리드리히 파슈는 바흐나 텔레만과 동시대를 살면서 활동했던 음악가였는데, 안타깝게도 그의 생전에 그의 작품들은 출판되지 못했던 것으로 기록된다. 그는 수 많은 칸타타, 모테트 등의 종교작품도 남겼지만, 그에 못지 않은 상당수의 기악작품 또한 남겼다. 특히 기악작품들은 독주 보다는 트리오나 콰르텟 등의 소편성의 실내악과 합주구성의 관현악 모음곡, 교향곡, 콘체르토 등이 상당수 전해진다. 특히 그의 작품들을 유심히 지켜보면 유독 목관에 큰 비중을 둔 것을 심심찮케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작품들 속에서 바순이나 오보에 등의 비중은 다른 작곡가에 비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부텔스테트 출신인 파슈는 라이프치히의 그 유명한 성 토마스 학교에서 쿠나우의 문하에서 수학했다. 1722년 제릅스트의 카펠마이스터로 임명받으면서 생을 마칠 때까지 충직하게 봉직했다. 그의 작품들이 당시 독일을 비롯한 유럽지역에 많이 소개되지 못한 것은 그가 많은 곳을 다니기 보다는 한 곳에만 정착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가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에포카 바로카를 통해 소개되는 파슈의 실내악 작품 중 일부는 한 바순 연주가를 통해서 알려진 것으로 기록된다. 1735년 다름슈타트 궁정 오케스트라에 새로운 연주가가 입성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 연주가는 안할트 제릅스트에서 온 크리스티안 클로쉬라는 바순 연주가였다. 그가 갖고 온 짐꾸러미에는 바로 파슈의 소나타 필사본들이 일부 있었는데, 그 중에는 바순을 위한 오블리가토 패시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연주가들을 통해 전해진 파슈의 작품들이 다른 지역에서 연주되기도 했고, 다른 작곡가들 보다 더 많은 호응을 얻으며 인기를 누렸다. 그의 트리오와 콰르텟 작품들은 당시 텔레만의 작품보다도 더 자주 연주되기도 했다는 기록은 그의 작품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파슈에 대한 연구도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알프레도 베르다르디니가 이끄는 앙상블 제피로 등을 통해 파슈의 작품은 오늘날의 대중에게도 점차 소개되고 있다.

에포카 바로카의 파슈는 이전에 소개된 작곡가의 콘체르토나 모음곡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특히, 목관에 큰 비중을 둔 이 소편성의 작품들은 풍요와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악곡 구성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긴장감도 없다. 첫 곡의 D단조 콰르텟의 경우 오보에와 바이올린, 바순과 바소콘티누오의 화답하는 부분과 이어 등장하는 투티는 아기자기하고 단조풍임에도 상냥함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후 등장하는 트리오에서 오보에와 바이올린이 대화하는 사이를 바소 콘티누오로 맥을 짚어가는 바순의 움직임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 음반은 이처럼 목관에 큰 비중을 둔 파슈의 작품들을 독점적으로 선보이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바이올린의 흐름은 들러리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악의 비중은 상당하다. 그래서인지 이 음반에 수록된 작품은 상당히 목가적이고, 시종일관 전원을 연상케한다. 하지만, 이런 여유로운 감성이 가득해서일까. 조금 더 생기발랄한 다이내믹이 가미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그래도 안정적인 앙상블로 파슈의 실내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G단조 트리오에서는 이탈리아의 피오렌자의 감성까지도 느껴진다. 아마도 텔레만이나 바흐 못지 않게 파슈 또한 당시의 흐름, 유행에 따라 이탈리아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나마 받지 않았을까 싶다. 총 두 곡에서 등장하는 리코더는 바순과 오보에 사이에서 유약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선이 굵은 두 악기 사이에서 투명한 음색으로 전개되는 리코더의 진행은 신선하게 와닿는다.      


연주자

Epoca Barocca
- Petr Zejfart, recorder
- Alessandro Pique, oboe
- Sergio Azzolini, basson
- Veronika Skuplik, violin
- Ilze Grudule, violoncello
- Matthias Spaeter, arciliuto
- Christoph Lehmann, harpsichrod & organ


사용악기

Alt Recorder by Hans Nieuwland, Holland 1996 - after Denner 18th cent.
Alt Recorder by Heinz Ammann, Switzerland 2004 - after Denner 18th cent.
Oboe by Olivier Cottet 1990 - after Stanesby Jr. 1750 ca.
Bassoon by Peter De Koningh 2000 - after J.H. Eichentopf 1720 ca.
Violin by Cahusac, London 1797 and Bogen Luis Emilio Rodriquez, Den Haag
Violoncello by Mathias Harnsteiner, Mittenwald, 1709
Arciliuto by Maurice Ottiger - Shatel St Denis (Schweiz) 1989
Harpsichord by Dietrich Hein 1999 - after C.C. Fleischer 1716
Organ by Hofbauer 1980 - after old models


수록곡

01-03  Quadro in D minor for Oboe, Violin, Bassoon & B.c.
           1. Poco Allegro

04-07  Trio in E minor for Oboe, Violin & B.c.
08-11  Sonata in C major for Bassoon & B.c.
12-15  Quadro in B-flat major for Recorder, Oboe, Violin & B.c.
16-18  Trio in G minor for Oboe, Violin & B.c.
           2. Allegro

19-22  Quadro in F major for Violin, Oboe, Bassoon & B.c.
23-25  Canon in F major for Recorder, Bassoon & B.c.
           1. Anda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