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er & Life Story

헨리 8세의 여섯 명의 아내들 - 플란더스 리코더 사중주단 본문

리뷰/리코더 & 고음악 음반

헨리 8세의 여섯 명의 아내들 - 플란더스 리코더 사중주단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2. 31. 15:59



The six wives of Henry VIII

Flanders Recorder Quartet  l  Patrick Van Goethem, countertenor
Passacaille  l  Passacaille 948


헨리 8세와 그의 여섯 아내들은 후세인들에게 무척이나 흥미로운 소재거리다. 절대권력의 군주였던 헨리 8세는 보기드문 다방면에 다재다능한 인물로 리코더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특히 리코더의 역사 속에서 한 번쯤 언급하는 인물로 대단한 악기 수집가이기도 했다. 음악에도 상당한 재능을 가진 그는 작곡에도 흥미를 가졌고,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들은 종종 연주되곤 한다. 당시 여섯 명의 아내나 두었던 헨리 8세의 이야기 속에는 정치적인 관계와 깊은 애증섞인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두 아내를 사형까지 시킨 포악한 군주이기도 했지만, 어찌보면 그는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본 불행한 인물이기도 하겠다. 플란더스 리코더 사중주단(이하 FRQ)은 이 유명한 16세기 영국왕실의 이야기를 테마로 삼아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 벨기에의 현대음악 작곡가인 피터 스베르츠가 합세해서 당대의 사건들을 음악으로 이미지화 했다.

총 여섯 명의 아내들로 구분한 여섯 그룹의 작품에는 각각의 아내들의 사건들과 심리상태를 묘사한 작품들로 구성했고, 여기에는 스베르츠의 작품을 중심으로 헨리 8세의 작품과 작자미상의 곡도 몇 곡 포함되어 있다. 첫 번째 아내였던 아라곤의 캐서린(카탈리나)은 전 영국 백성들에게는 존경과 칭송을 받는 인물이었지만, 앤 불린이라는 존재 앞에서 왕에게 외면당한 비운의 왕비였다. 때문인지 캐서린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는 전반부에서의 화려한 입성 이후에 후반부에서는 암울한 기운이 가득하다. 특히 윌리엄 코르니쉬의 'My love sche morneth'에서는 첫 번째 왕비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 카운터 테너 패트릭 판 괴템의 음성은 더 없이 침울하다. 이후 등장하는 '천 일의 앤'이라 불리는 앤 불린을 소재로 한 음악은 잠깐 동안 여성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혔던 헨리 8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따스한 애정어린 분위기 보다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결국은 몰락으로 치닫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헨리 8세가 가장 사랑했을, 그래서 그가 죽을 때 같이 묻히기를 소원했던 왕비이자 유일하게 헨리에게 아들을 안겨준 아내인 제인 시모어는 여섯 왕비 중 가장 자애롭고 현명한 아내로 왕과 백성들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인물이지만, 안타깝게도 에드워드 왕자를 출산하고 산욕열로 이후 사망한다. 세 번째 아내를 통해 첫 아들이자 유일한 아들을 만났던 헨리의 기쁜 마음을 담아서일까. 에드워드 왕자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에서 스베르츠는 한껏 들뜬 분위기를 표현했다. 클레브스의 안네에서는 초상화만 믿고 결혼을 했다가 첫 만남부터 실망만을 느꼈던 왕의 심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I like her not'에서는 리코더의 글리산도 주법과 함께 헨리 8세의 감정을 실어 탄식을 내뱉는 맴버들의 목소리는 적절하게 왕의 심정을 보여준다. 앤 불린이 억울하게 간통죄로 사형 당했다면, 왕과의 결혼 이전의 문란한 생활로 죽음을 당한 캐서린 하워드의 짧은 생애는 불협화음을 통한 음산한 기운을 통해 시종일관 불안감 가득하게 표현된다. 마지막 왕비 캐서린 파, 현명하고 따뜻한 성품의 캐서린은 고아가 된 세 자녀들인 메리, 엘리자베스, 에드워드에게 어머니로서도 존경받았던 인물로, 헨리 8세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충실한 아내였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이후 재혼을 한 그녀의 일생은 평온하게 그려진다. 이후 스베르츠는 처음 프롤로그와 같은 테마를 에필로그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이 음반은 여섯 왕비에게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바탕으로 한 극과 같은 형태의 구성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헨리 8세라는 절대군주가 자리하고 있다. FRQ는 과거의 소재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피트 스베르츠의 작품을 당대의 시각으로 해석했다. 덕분에 이 음악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스베르츠 또한 현대 작곡가이지만, 수록된 그의 작품들은 15세기의 감각으로 재구성한 것처럼 보인다. 덕분에 헨리 8세나 작자미상의 곡들과 어울리기에도 장애가 없어 보인다. 그는 각각의 이야기들의 특징들을 캐리커처 처럼 절묘하게 포착해내서 직설적으로 눈 앞에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 다다르면, 처음의 도입부와는 달리 세익스피어의 비극의 결말을 보는 것 처럼 가슴 한 켠이 싸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연주자

Flanders Recorder Quartet
: Paul Van Loey, Bart Spanhove, Tom Beets, Joris Goethem

Patrick Van Goethem, countertenor (track 6, 14, 18, 26)

with Peiyu Chen & Naomi Audiffret, recorders (track 2)


수록곡
 

The six wives of Henry VIII - Piet Swerts

CATHERINE OF ARAGON

1 Prologue, Piet Swerts
2 Welcome!, Piet Swerts
3 Coronation, Piet Swerts
4 Court life, Piet Swerts
5 En vray amoure, Henry VIII
6 My love sche morneth, William Cornish


7 Isolation and prayer, Piet Swerts


ANNE BOLEYN
8 Taunder naken, Henry VIII
9 Henry’s loveletters, Piet Swerts
10 Hunting, Piet Swerts
11 Quarrels, Piet Swerts
12 Downfall: arrest of Mark Smeaton, Piet Swerts


13 Puzzle canon VI, Anon


JANE SEYMOUR
14 Wherto shuld I expresse, Henry VIII
15 Peace and calm, Piet Swerts
16 Prince Edward, Piet Swerts


17 Firework and gunshots, Piet Swerts
18 Madame d’amours, Anon


ANNE OF CLEVES
19 I love unloved, Anon
20 A long journey, Piet Swerts
21 I like her not, Piet Swerts


22 Thomas Cromwell, Piet Swerts


CATHERINE OF HOWARD
23 No other wish but his, Piet Swerts
24 The enquiry, Piet Swerts
25 The haunted gallery, Piet Swerts


CATHERINE PARR
26 Adieu, adieu, my heartes lust, William Cornish
27 Catherine’s prayerbook, Piet Swerts


28 Epilogue, Piet Swe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