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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코모 파코 : Pensieri Adriarmonici, Vol. 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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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코모 파코 : Pensieri Adriarmonici, Vol. 1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4. 1. 9. 17:55

 

 

 

지아코모 파코 : Pensieri Adriarmonici, Vol. 1

 

마누엘 조그비 (바이올린), 멕시칸 바로크 오케스트라, 미구엘 로렌스 (지휘)

Toccata Classics  l  TOCC 0202

 


 

지아코모 파코는 비발디와 동시대의 작곡가로,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의 한 사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에 관해 전해지는 자료나 음악들은 상당부분 소실되어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의 음악과 생애는 우베르토 자놀리를 통해서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자놀리의 연구와 노력이 아니었다면 파코라는 이름은 지금까지도 도서관 한 켠에 먼지 쌓인 채 잊혀졌을지도 모른다.

 

1960년대 초반 멕시코의 비즈카이나스 대학교 기록보관실의 감독인 곤잘로 오브레곤은 우연히 정체불명의 문건을 발견한다. 바로 지아코모 파코의 악보였고, 당시 이 자료에 관해 알지 못했던 오브레곤은 여러 음악가들과 학자들을 수소문해서 이 자료를 의뢰했지만, 대부분 이 연구를 포기했다. 작곡가이자, 지휘자, 음악학자인 우베르토 자놀리만이 이 연구를 지속했고, 그의 연구는 소실된 악보의 복원과 그의 생애를 밝히는데까지 도달했다. 그의 노력으로 빛을 본 작품이 이번에 만나게 될 파코의 Pensieri Adriarmonici 다.

 

파코는 이탈리아의 파두아와 베니스 부근의 마르산고 출신으로 1720년 스페인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팔레르모, 메시나, 등지에서 바이올린 주자, 지휘자, 작곡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해지는 그의 작품은 상당부분 소실되어 그의 작곡가로서의 면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작품 일부만으로도, 그리고 자놀리의 연구를 통한 문헌등을 통해 그가 당대 최고의 음악가로 명성을 얻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주하기 전 파코는 포르투갈 궁정으로부터도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하고 스페인행을 택했다. 당시 유럽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스페인이었던 터라 파코 또한 어느 정도 결정하는데 있어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후 그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스페인에서 음악가의 삶을 살았다.

 

그의 대표작인 Pensieri Adriamonici는 5성부를 위한 협주곡으로, 3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바소 콘티누오의 구성을 갖춘 12곡의 협주곡집이다. 그의 후원자였던 카를로 필리포 안토니오 스피놀라에게 헌장한 작품으로, 1716년에 초판, 1718년에 2판이 암스테르담에서 출판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첼로를 비롯한 바소 콘티누오 파트 일부가 소실되어 자놀리는 소실된 부분을 파코의 스타일대로 복원하려고 애썼고, 오늘날 이 부분은 납득할 만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의 작업은 1962년에 완성되었고, 자놀리 자신이 직접 초연했다. 모든 작품이 5성부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의 형태에 가깝다. 이 작품에는 18세기 초의 협주곡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리토르넬로 형식이 극명한 대비를 보이며 드러나고, 무엇보다 베네치아 양식에 충실한 흔적이 돋보인다. 화려한 테크닉으로 무장한 강렬한 독주 바이올린의 비르투오즘과 악곡의 흐름은 동시대의 비발디를 연상하게도 한다.

 

멕시칸 바로크 오케스트라 마누엘 조그비

 

파코의 이 작품의 녹음은 이미 2000년에 라르떼 델아르코의 녹음이(DHM)이 있다. 하지만, 미구엘 로렌스가 이끄는 멕시칸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12곡 전곡을 녹음할 경우 전곡 연주로는 이들의 녹음이 최초가 될 것 같다. 이번 음반의 특이한 점은 바소 콘티누오를 하프시코드와 비후엘라, 기타론이 담당했다는 것이다. 기타론은 기타보다는 좀 더 큰 사이즈의 악기로 외형은 기타와 비슷하지만, 다른 조상을 갖고 있다. 이 악기는 저음부를 담당하며, 이 음반에서는 비후엘라와 함께 충실하게 바소 콘티누오 그룹을 연주했다. 멕시칸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소규모 편성은 보다 세밀하고 섬세한 묘사를 부각시켰고, 고악기 특유의 질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연주를 들려 주었다. 독주 바이올린을 맡은 마누엘 조그비 또한, 멕시칸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많은 연주를 가진 덕분인지 독주 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앙상블을 잘 그려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박광준 (goldedge@hanmail.net)

AppZine Classic 2014년 1월 28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