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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칸타타 BWV 19, 50, 79, 80 - 성 토마스 합창단 & 크리스토프 빌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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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칸타타 BWV 19, 50, 79, 80 - 성 토마스 합창단 & 크리스토프 빌러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2. 11. 8. 18:26

 

 

 

바흐 칸타타 BWV 19, 50, 79, 80

- 성 미가엘 축일과 종교개혁주일을 위한 칸타타 -

 

프리드리히 프레토리우스, 콘라드 주버 (소프라노),

슈테판 칼레 (알토), 마틴 페졸트(테너), 고톨트 슈바르츠(베이스),

 성 토마스 합창단, 게반트 하우스 오케스트라, 게오르그 크리스토프 빌러 (지휘)

 

Rondeau  l  ROP 4031

 


 

바흐의 라이프치히 시절은 그의 찬란했던 칸타타들이 화려하게 꽃피운 시기였다. 쾨텐에서 라이프치히로 거처를 옮기면서 쿠나우에 이어 1723년부터 1750년까지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로 봉직했던 바흐는 그 시기에 약 160곡의 칸타타를 남겼을 만큼 교회음악에 열의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당시 이런 역할은 칸토르로서의 의무이기도 했지만, 신실한 루터교 신자이기도 했던 바흐에게 있어서는 의무감 보다는 신에 대한 헌신의 의미가 더 컸을 것 같다. B단조 미사, 마태수난곡, 크라스마스 오라토리오 등도 바흐의 라이프치히 시절에 쓰인 작품이다. 교회절기에 따른 각각의 작품들은 당시의 상황 - 예를 들면 연주장소, 합창단의 규모, 악기편성 등 - 에 따라 쓰였다.

 

바흐가 몸담았던 성 토마스 교회의 합창단이 올 해로 80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론도(Rondeau) 레이블에서는 2014년까지 바흐의 칸타타를 다룬 10종의 음반을 기획중이고, 현재 이번에 소개할 음반을 포함해 다섯 종이 출시되었다. 각각의 음반들은 실제 토마스 교회에서의 각 절기마다의 연주실황을 담은 것으로, 마치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가디너의 바흐 칸타타 순례를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도 소년 합창단으로 구성된, 그리고 바흐가 칸토르로 몸담았던 합창단의 실황연주라는 것만으로도 이 프로젝트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번 음반은 성 미가엘 축일과 종교개혁주일을 기념하는 4개의 칸타타와 에르하르트 보덴샤츠, 요한 발터의 두 개의 찬송곡을 포함한다. 전반부에 배치된 두 개의 칸타타 19, 50번은 대천사 미가엘과 사탄의 싸움과 승리를 묘사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바흐는 각 곡의 오프닝에 금관악기들의 힘이 듬뿍 실린 대규모의 웅장한 사운드와 교대로 휘몰아치는 합창을 통해 격렬함을 표현했다. 칸타타 50번은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소실되어 오프닝만 현존하는 상태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의 이유를 말해줄 정도로 중요한 작품에 속한다. 후반부의 칸타타 80번과 79번은 종교개혁주일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그 유명한 루터의 선율 ‘내 주는 강한 성이요’가 칸타타 80번 전반에 깔려있다. 이 작품에서 바흐는 오프닝에서 레치타티보, 아리아, 합창에 이르기까지 루터의 선율을 소재로 다양한 모습의 그림을 그렸다.

 

빌러와 합창단,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이제 한 몸과도 같은 존재로 느껴질 만큼 이번에도 절묘한 호흡을 과시한다. 특히 앞의 두 곡의 칸타타에서의 기악과 합창의 대비와 화합은 상당히 뛰어나다고 말하고 싶다. 어려운 난이도에서도 합창은 명료함을 잃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한다. 독창자들의 기량 또한 탁월하다. 오랫동안 빌러와 함께 해온 독창자들은 이번 연주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부분적으로는 음정이나 호흡이 불안한 대목이 있긴 하지만, 실황연주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의 흠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번에는 총 세 명의 토마너들이 독창자로 합류했다. 이들 또한 숱하게 빌러와 호흡을 맞춘 멤버들인데, 이번 음반에서는 무엇보다도 알토의 슈테판 칼레의 음성이 가장 인상적이다. 여성 알토나 카운터 테너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소년의 나지막한 음성은 무척 포근하다. 게다가 칼레는 소년치고 풍부하고 안정적인 호흡을 시종일관 잃지 않는 노련함도 보인다. 다른 두 명의 소프라노에 비해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칸타타 79번 독창과 80번에서 마틴 페졸트와 이중창을 훌륭하게 노래했다.

 

 

박광준 (goldedge@hanmail.net)

AppZine Classic 2012년 11월 14호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