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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더 이야기 - 3. 리코더의 변천사 [flute & 12/01월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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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더 이야기 - 3. 리코더의 변천사 [flute & 12/01월호]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2. 1. 10. 11:52
 
 

도르드레흐트 리코더 (Dordrecht Recorder) - 출처: www.recorderhomepage.net


리코더 이야기 3 - 리코더의 변천사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리코더는 콘소트 악기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다. 이 콘소트 음악(Consort Music)이라는 말은 앙상블을 말하는 것이기도 한데, 같은 족의 악기로 구성된 것을 훌 콘소트(Whole Consort), 다른 족의 악기들과 혼합된 편성을 브로큰 콘소트(Broken Consort)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리코더 만으로 구성된 플란더스 리코더 콰르텟이나 암스테르담 루키 스타더스트 쿼텟 등의 경우는 전자를, 팔라디안 앙상블 처럼 바이올린, 리코더, 류트, 비올라 다 감바 등으로 편성된 구성은 후자를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이 콘소트 음악에서 리코더는 자체의 합주 편성으로도 연주했지만, 성악파트의 반주나 혹은 성악파트와 중복해서 연주하기도 했다. 이 르네상스 리코더는 셋, 또는 네 파트로 구성된 기본 편성의 작품들부터 7성부 이상의 대편성으로 구성된 작품들도 존재한다.

출처: Syntagma Musicum (Michael Praetorius)


시대와 시대 사이에는 늘 과도기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사이에도 그에 해당하는 르네상스 후기, 또는 초기 바로크라 불리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대에 사용된 악기를 초기 바로크 리코더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악기가 바로 킨제커(Hieronimus Franciscus Kynseker, Nürnberg 1636-1686) 모델이다. 이 악기는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일반적인 특징인 원통형의 내경에서 바로크시대의 원추형으로 바뀌는 중간 지점에 있다. 초기 리코더들의 짧은 음역대는 이 시기에 많이 보완되었고, 점차 독주 악기로서의 모습을 갖춰 나간다.

바로크 시대를 맞아 리코더는 외형적으로나 음색적으로 변화를 맞는다. 바로크 이전 모델들이 상당히 간단한 디자인과 외형으로 되어 있는 반면 이 시대의 리코더들은 좀더 곡선이 살아있는 외형적인 디자인을 갖추게 되었고, 내경은 윗 관에서 아랫 관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인 원추형으로 바뀌었다. 또한, 제작시에 윗 관, 중간 관, 아랫 관 등으로 분리 제작해서 좀 더 정밀하고, 정교한 악기 제작이 가능해졌다. 음색은 다소 거칠고 꾸며지지 않은 음색에서 고상하고 상냥한 소리로 바뀌었고, 음역대도 2옥타브 1음까지로 확대되었다. 오늘날 사용하는 리코더는 대부분 6,7번 홀이 더블홀로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상당수가 싱글홀로 제작되어 있었다.

토마스 스탠즈비 주니어의 알토 리코더 (Thomas Stanesby Jr. 1692-1754)출처: http://www.flute-a-bec.com


이 시기 리코더는 독주악기로 급부상한다. 특히, 알토 리코더가 그 중심에 있었다. 텔레만, 헨델, 비발디 등이 이 악기를 위한 소나타와 협주곡들을 상당수 남겼고, 당시의 관습에 따라 리코더는 여러 작품들 속에서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오보에 등을 대체해서 사용되기도 했다. 알토 리코더는 독주 소나타나 트리오 소나타 등의 편성 외에도 무반주 듀엣이나 3대, 혹은 4대로 구성된 협주곡에도 사용되곤 했다. 더불어 당시의 트라베르소 플루트와 같은 음역대인 D조의 보이스 플루트(Voice Flute) 또한 성행했었다. 고음역대에서는 플라우티노라고도 불리는 F조의 소프라니노 리코더가 비발디의 협주곡 등에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저음역의 테너나 베이스 리코더는 상대적으로 쓰임새가 적었고, 베이스 리코더의 경우 바로크시대의 대표적인 특징인 바소 콘티누오를 담당하는 파트로 간간이 사용되곤 했다.

바로크 후기에서 고전시대로 접어 들면서 점차 큰 편성의 오케스트라가 인기를 끌면서 화려하지 못한 음색의 음량이 작은 리코더는 도태되기 시작했다. 트라베르소 플루트에게 서서히 자리를 내주었고, 역사 속에서 그 흔적을 감춰 버리고 만다. 이 때를 리코더의 암흑기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리코더가 완전히 사라진 것만은 아니었다. 고전시대에도 존재했었던 리코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차칸(Csakan)이다. 차칸은 1800년대 초에 헝가리로부터 비엔나에 전해진 악기로 지팡이 리코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악기는 당시 비엔나 귀족들로부터 애용되었던 악기로 휴대가 편리했기 때문에 잠시나마 사랑받았던 악기였다. 차칸 이후로 진정한 침묵기를 지나 리코더는 20세기 아놀드 돌메치 등을 통해 다른 고악기들과 함께 다시 부흥기를 맞는다.

 

차칸 (Carl Doke, Linz um 1815)출처: http://members.aon.at/kammertriolinzwien/htm/instrumente.htm


20세기에 리코더는 다시 부흥기를 맞아서 과거의 모습들을 서서히 드러냈지만, 현대인들에게 과거의 음악만으로 목마름을 채워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리코더는 복원되었지만, 과거의 단점이라 불리는 것들은 여전히 존재했기에 현대인들은 더 발전된 무언가를 원했다. 리코더 제작가들은 연구에 몰두하면서 리코더의 단점을 상당부분 보완한 모던 리코더를 개발했다. 리코더의 취약점이었던 작은 음량과 좁은 음역대는 크게 확장되었다. 이에 따라 리코더의 외관도 달라졌다. 관의 길이도 같은 파트에 비해 더 길어졌고, 관의 두께도 더 굵어졌다. 큰 음역대를 소화하기 위해서 하단에는 여러 개의 보조키(Key)도 부착되었다. 덕분에 고악기와의 앙상블 뿐만 아니라 모던 악기들과의 앙상블에서도 리코더는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모던 리코더는 독주 악기 뿐만 아니라 저음역대의 악기에도 혁신을 불러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좀 더 강력한 저음을 요구하는 시대에 맞게 리코더는 본래의 원통형에서 사각형의 형태로까지 변화했다. 베이스부터 콘트라베이스 리코더까지 해당하는 이 악기들은 현대음악이나 큰 편성의 리코더 오케스트라에 사용된다.


글/ 박광준 (www.recordermusic.net)
[flute & ] 2011-12/2012-01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