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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디언의 전설'을 보고...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1. 20. 13:04



얼마만에 본 영화인가. 아내와 함께 마지막으로 영화를 본지 5년만에 극장에 가서 본 영화. 많은 고민 끝에 골랐다. 시간상 조조를 봐야 했기에 그 중에서 맞는 영화를 찾아야 했는데, 요즘 개봉한 영화들이 썩 맘에 내키지 않던 중, 요건 어떨까 하고 예매를 했다.

이 영화는 판타지다. 사람이 아닌 올빼미들의 세계를 그린 것으로, 기존에 3권의 책으로 나와있는 작품을 영화로 재구성한 것 같다. 줄거리는 어찌보면 뻔한 내용이다. 올빼미 세계를 짚어 삼키려는 그룹과 지키려는 그룹들간의 결투. 결국, 선한 무리가 이긴다는 ...뭐 이런 소재들을 골고루 잘 섞어 만든 작품이다. 이런 류의 스토리는 지금까지 너무도 많이 봐왔기에 이젠 식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보는 내내 나와 아내에게 이 영화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던 이유는 무엇일까. 화려한 스케일과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 웅장한 사운드와 더불어 화려한 전투신? 아니, 그것보다는 오늘날 모호해져버린 '정의'라는 개념에 대해 이 작품이 다시금 상기시켜줬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정의',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타협도 가능하고, 융통성이 허용되어버린 것이 요즘의 상식이 아닌가 싶다. '바른생활'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것도, '정도'를 가는 것이 이젠 너무도 고리타분한 것이 되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허세와 욕망 때문에 이젠 진정한 의미의 '정의'라는 것도 가상현실 속에서나 인정받는, 일상 속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쇠퇴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지금 끄적거리는 말들 속에서도 상당한 오류와 과장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지 않나? 그런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고, 그 와중에 이 영화가 그런 부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것이다.

 
      

이 영화가 더 깊이 공감되는 것은 공동체와 가족의 관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발단...소렌과 클러드 형제는 부모님 몰래 밖으로 나와 나는 연습을 하다가 악의 무리인 '순수혈통'에게 납치되고, 이후 소렌은 탈출하지만, 클러드는 그 곳에 남는 것을 선택하고 결국은 그들의 무리와 결탁해서 형제간에 적이 되고 만다. 부모라는 이름의 관객들에게는 이 사실이 무척이나 안타까운 부분일 것이다. 때문에 나중에 가디언이 승리하고, 소렌이 영광스런 개선장군처럼 입성하면서 부모들과의 반가운 재회를 나눌 때, 큰 아들 클러드에 대한 언급이 없고, 부모들이 그에 대해 묻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약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이다. 물론, 아들 소렌이 자랑스럽고, 기쁘기도 하겠지만 또 다른 아들 클러드에 대한 몰락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 아닌가. 그 가운데서 부모된 이들이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지 않겠나. 이런 부분이야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고, 큰 비중있는 부분은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

앞서 언급했듯이 악의 무리는 '순수혈통'이라는 호칭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순수혈통'은 인간세계에서 사회적 강자들만 인정받고, 약자들이나 하층민들은 소외되고, 멸시받는 현실을 꼬집는 작가의 의도인듯 하다. 이것은 다시말해 '순수혈통'이 진정한 강자가 아님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진정한 강자란 사회적 약자를 지키고 보듬어 안을 수 있는 포용력을 지닌 자들이라고 원작자는 말하고 있다. 영화는 끝을 향해 가면서 형과 동생의 결투를 그리면서, 예기치 않게 형 클러드가 불길 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끝자락에서 클러드가 죽은 것이 아니라 나중에 악의 화신으로 등장할 것 같은 분위기를 암시하는데, 어쩌면 속편이나 2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간만에 본 나름 재미있고,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 '권선징악' 이 당연한 순리라는 것이 인식되는 사회가 되길!